2025년 7월, 그늘조차 없는 노지였다.
장시간 일하던 태국 출신의 60대 노동자 A씨가 열성 쇼크로 쓰러졌다. 응급실로 이송된 그는 언어 기능에 심각한 후유증을 얻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정부의 온열질환 통계에 집계되지 않았다.
오직 헷-사과 팀이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주노동자단체의 증언과 극소수의 기사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공론화되지 않은 사고'였다.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언론에 짧게 다뤄질 뿐,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폭염 야외작업 50대 이주노동자 사망···온열질환 의심"
"폭염 속 이주노동자 3주 동안 3명 숨졌다"
"첫 출근날…폭염에 '체온 40도' 앉아서 숨진 23살 야외노동자"
갈수록 뜨거워지는 여름, 폭염은 이제 재난이 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근 10년간의 폭염일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평균 최저기온 역시 상승을 거듭한다. 2026년은 5월부터 이례적인 더위가 시작된 탓에, 역대 연중 가장 이른 시점에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출처: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데스크리서치만으로는 문헌연구도 통계 수치도 전무했다. 이주노동자가 사망해도 부검 시 작업 환경·노동 강도·폭염 노출 시간 등이 사인 판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온열질환 통계에조차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헷-사과 팀은 경북 의성을 비롯한 농촌 현장으로 직접 향했다.
| 조사 시기 | 2025. 8. 30 ~ 2025. 9. 15 |
|---|---|
| 조사 대상 | 이주노동자 31명, 관계자 15명 |
| 조사 지역 | 의성군 의성읍·점곡면·옥산면, 안동시 등 |
| 조사 내용 | 질환 경험 실태, 작업 환경, 휴식·그늘 유무, 안전 안내 경험, 체류 자격, 인식 |

"일하던 중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덜덜 떨렸어요. 순간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마시던 냉수를 머리에 들이부으면서 버텼습니다."
"머리는 너무 어지럽고 눈앞이 흐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큰 수를 쓸 수 없었습니다."

같은 폭염을 두고, 농부와 인력업체와 노동자와 지자체가 보는 방향은 제각각 달랐다.
"외국인들은 원래 우리보다 더위를 훨씬 잘 견딘다니까요?"
"농사는 원래 여름에 하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농사를 어떻게 해요."
→ 출신국이 한국보다 덥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가 '더위에 무감할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팽배했다.
"복장이나 더위 대응까지 안내하는 건 현실적으로 잘 안 돼요. 기본 안내 항목에도 안 들어갑니다."
"어느 현장으로 갈지도 매일 바뀌는데, 안전교육까지 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 안전 교육은 늘 후순위였고, 폭염은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받아들여졌다.
"작업 도중에 더워서 어지러웠던 적이 많아요. 그런데 병원에 간다거나 하루치 일을 빼는 건 불가능해요."
"더워도 그냥 참고 일했어요. 쉬자고 먼저 말할 수 없거든요."
"중간에 쉬면 끝나는 시간이 늦어져서 더 힘들어요. 집이 머니까요."
→ 신분·고용 관계상 취약함 때문에, 작업 중단이나 휴식 요구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폭염이 심한 대낮에 영농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합니다. 드론 띄워서 농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해요.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조치가 가닿기 어려워요. 농가와 사적으로 맺은 계약 관계여서 행정 기관의 현장 개입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지자체조차 개입할 수 없는 거대한 사각지대.
농촌으로 들어오는 길은 비자와 체류 자격에 따라 셋으로 갈린다. 그런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현장에서 쉽게 무너진다.

합법으로 들어와도 경계는 쉽게 무너진다.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온 뒤 무단 이탈해 불법 사업장으로 옮기면 '합법체류·불법취업'이 되고, 3년 후 미귀국하면 '불법체류·불법취업'이 된다. 관광비자(C-3)는 체류기간 내 노동만으로도 이미 불법취업이며, 기한을 넘기면 '불법체류·불법취업'이 된다.

| 사례 | 비자 / 체류 | 특징 |
|---|---|---|
| 인도네시아 20대 남성 3명 | 관광비자 단기 입국 | 고향친구 소개로 입국 |
| 베트남 남성 10여 명 | 고용허가제 장기 → 불법체류 | 농가체류형 숙소 |
| 캄보디아 여성 15여 명 | 계절근로자제 단기 입국 | — |
| 베트남 30대 남성 10여 명 | 관광비자 단기 입국 | — |
맹점이 누적되며, 거대한 '불법 체류·불법 취업 풀'이 고착화됐다.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광비자(C-3)는 취업 자체가 불법이라 산업안전보건 교육 시스템과 연결될 여지가 없다. 교육이 존재할 수 없는 처지다. 고용허가제(E-9)는 입국 전 45시간, 입국 직후 2박3일(16시간)의 의무 교육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다르게 굴러갔다.

| 교육 단계 | 제도적 규정 | 현장 실태 |
|---|---|---|
| 입국 전 (송출국) | 45시간↑ — 기초 한국어·문화·산업안전 기초 | 현장 실무 용어와 괴리가 커 소통 불가, 형식적 이수 |
| 입국 직후 (공동취업교육) | 16시간↑(2박3일) — 산업안전보건·근로기준법·노동권리 | 무단 이탈 방지 경고성 내용에 편중, 폭염 실무 수칙 미흡 |
교육의 목적이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이탈 통제에 맞춰져 있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작업 방법 정도만 몸으로 보여주는 수준이에요. 10분 따라 하면 끝, 안전 교육은 따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같은 야외 노동이지만, 건설업과 농촌이 받는 보호는 전혀 달랐다. 한쪽은 법적 의무, 다른 한쪽은 권고에 머문다.
| 항목 | 🏗️ 건설업 | 🧑🌾 농촌 |
|---|---|---|
| 법적 근거 |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2025.7.17 시행) — 법적 의무 | 2025 여름철 자연재난종합대책 — 권고 수준 |
| 안전지침 | 온·습도계 기록, 자율점검표, 불시 점검·교육, 위반 시 처벌 | 예방 가이드·자율점검표 배포, 5인 미만 영세농가 적용 제외 |
| 휴게 공간 | 냉방·환기 그늘막 / 별도 휴게공간 설치 의무화 | 나무 그늘 등 간이 휴식에 의존 |
농업은 작물 생육주기와 날씨에 종속돼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강행한다. 법적 강제성이 없고, 5인 미만 영세농가는 제외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현장에 쥐여줄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방패는 무엇일까. 헷-사과 팀은 '복장 표준'에서 답을 찾았다. 명확한 복장 기준이 없어, 잘못된 복장 선택이 온열질환 위험을 더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루션이 하나의 '표준'으로 정립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을 세웠다.

"내 몸의 개인 에어컨", "햇님 철벽 방어 세트".
폭염 현장에서 체온을 직접 떨어뜨리고 햇볕을 막는 보호용품으로 구성했다. 별도의 시설 없이도, 몸에 바로 두를 수 있는 휴대형 방패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살아남는 법을 모르지 않도록.
올바른 사용법과 예방 지식을 10개 언어로 담았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정보 접근성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건설업에는 있어도 농촌에는 없던 '기본 안전 기준'을, 농촌 버전으로 처음 만들었다.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미리 막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통계에 잡히지 않던 문제의 존재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낸 첫 공식 시도다.
키트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헷-사과 팀이 그린 변화의 흐름은 네 단계로 이어진다.
다중적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 보이지 않던 고통을 드러낸다.
문제의 해상도를 고도화한다 — 막연한 문제가 또렷한 의제가 된다.
사회적 책임을 발견한다 — 농가·지자체·기관이 함께 묶인다.
시스템 개선의 기반을 구축한다 — 일회성 지원을 넘어 제도로 이어간다.
→ 헷-사과 팀은 이 흐름을 지속 가능한 해결로 잇기 위한 네 가지 관점을 함께 제시했다.

2025년 6월부터 11월까지, SK 행복나눔재단 「Sunny Scholar in 의성」 프로젝트로 네 명의 대학생이 헷-사과 팀으로 모였다. 문제 당사자와 동료, 고용 농장주, 이주민 지원 기관·센터, 인력업체, 의성군청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났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팔, 다리가 잘려야만 뉴스에 나와요."

온열질환을 '어쩔 수 없는 더위' 탓으로만 기록하지 않기 위해.
헷-사과는 이 문제를 개인의 운이 아닌, 함께 바꿔야 할 안전 문제로 다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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