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VE · 의성
수로로 굴러떨어진 전동스쿠터 사고 현장
SUNNY SCHOLAR in 의성 · 팀 RE:MOVE

살려고 쥔 손이,
사고를 향해 움직였다

의성에서 만난 49명의 기록. 그 사고는 정말 어르신의 실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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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귀향 할머니 · 의성
그날도 할머니는 늘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논 가장자리에 전동스쿠터를 세우려 했고, 머리로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손은 레버를 놓지 못했다.

"세우려면 놔야 되는데, 그걸 꽉 쥐어버린 거야. 그러니까 전동차가 멈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가버렸어. 그대로 논에 빠졌지. 자전거는 잡으면 서잖아. 근데 이건 잡으면 막 가니까."

최귀향 할머니
전동스쿠터를 탄 어르신 일러스트
전동스쿠터에 몸을 맡긴 채 길을 나서는 어르신

할머니는 사고 직후에도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밥도 먹고 마을회관에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너무 아파,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그때는 그렇게 크게 다친 줄도 몰랐어. 논에 빠진 거 다시 일으켜서, 그거 타고 집에도 갔어. 근데 있다 보니까 몸이 너무 아픈 거야. 병원에 갔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고. 갈비뼈도 그렇고 발가락도 그렇고. 병원에서 왜 이제 왔냐고 혼났어. 큰 병원 가야 된다고 119 불러줘서 응급차 타고 안동 큰 병원까지 갔지."

최귀향 할머니

"전동차가 불편한 게 뭐냐고 물으면, 나는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나. 자전거는 잡으면 멈추는데, 전동차는 잡으면 막 가. 머리로는 멈춰야 한다고 아는데, 손이 먼저 꽉 쥐어져."

최귀향 할머니
우리는 그 장면을 너무 쉽게 '조작 미숙'이라 불러왔다.

"조작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동차를 늦게 발견하거나 못 보는 경우도 많아요."

의성경찰서 교통관리계

"당황하거나 놀라시면 손을 안 놓으셔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요."

안동 의료기기점 사장님
1부 · 문제의 실마리

위험한 순간,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에 힘을 준다

그런데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그 반응을 멈춤이 아니라 가속으로 받아들인다. 이 기기는 본래 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기다. 적은 힘으로 레버를 잡고 놓으며 운전하고, 놓으면 바로 멈춘다. 평소엔 편하고 안전하다. 당황하거나 놀라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에만 위험해진다.

의료기기 판매점에서 들은 한마디가 첫 단서였다. "레버를 놔야 멈추는데, 어르신들께서 놀라거나 당황하면 계속 잡고 있어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요." 연달아 찾아간 세 곳에서 모두 같은 답을 들었다. 그래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안동 의료기기점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의료기기점

먼저 무엇을 '오조작'이라 부를지부터 정했다.

오조작멈춰야 하는 순간에 가속(전진) 레버를 계속 쥐고 있는 것
오조작 사고오조작으로 일어난 사고
조사 지역의성군 의성읍·안계면·금성면·가음면·춘산면·봉양면·사곡면
기간2025. 7. 21 — 8. 8
당사자 인터뷰전동스쿠터 이용 어르신 49명
이해관계자의료기기점·경찰·지구대·119·버스/택시 기사·구난차 업체·연습장
의성 현장 인터뷰
의성 곳곳에서 어르신을 만났다 — 당사자 49명, 이해관계자 22명

의성에서 만난 49명에게서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아래 사람 그림은 어르신 한 명을 뜻한다. 카드를 누르면 단계가 넘어간다.

①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49명 중 사고·오조작 경험
클릭: 단계
전체사고오조작

49명 중 22명이 이미 사고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중 12명의 사고 원인이 오조작이었다. 사고는 뉴스 속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 어르신의 생활 안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② 가볍게 넘길 실수가 아니었다

오조작 경험 → 실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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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오조작사고

오조작 경험 16건 중 12건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 골절 같은 심각한 부상도 있었다. 멈춰야 할 순간에 멈추지 못하는 것이 사고 직전 되풀이되는 위험 신호였다.

③ 사고는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모였다

오조작 경험자 16명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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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 면 거주 → 타 수단 무경험 → 여성

사고는 70대 이상의, 면에 거주하는, 다른 이동수단을 운전해본 적 없는 여성들에게 모였다.

④ 매일 지나던 길에서 일어났다

오조작 사고 12건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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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3시장 3농로 3차도 1불가 2

집 앞, 시장, 농로. 가장 익숙한 곳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되었다.

"장에 사람이 많으니까 정신머리가 하나도 없어가 멈춘다카는걸 그냥 꽉 쥐아삣어. 그래가꼬 좌판 다 밀어삣다."

D 어르신, 83세

"집에 다 와가 세울라다가 꽉 잡아삐는 바람에.. 냅다 들이박아삐서 앞이 좀 뿌사짓어."

I 어르신, 81세

"내는 시골 살아가 맨날 농로로 댕기지. 근데 농로라 좁아. 정신머리 놓고 있다가 냅다 들이박아삣다."

H 어르신, 80대

⑤ 오래 탔다고 안전해지지 않았다

오조작 사고 경험자의 운전 경력
클릭: 단계
초기 4중장기 5불가 3

"논두렁 가에 세울라캤는데 그냥 꽉 쥐어가꼬 논에 팍 빠져삣어. 왜 그랬는가 몰라.."

C 어르신, 82세 · 운전 경력 10년차

"여 집 앞 삽작거리에서 뭐 갑작시레 깜짝 놀라가꼬 헷갈리가꼬 놔야 되는데 꽉 쥐아삣어."

E 어르신, 88세 · 운전 경력 5년차
이제 질문이 달라진다. 누가 실수했는가가 아니라, 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가.
2부 · 사고는 어떻게 일어나나

8단계로 보는 오조작

주의 분산 · 집중 저하
무의식적으로 전진 레버를 쥔다
전동스쿠터가 이동한다
당황 · 놀람
인지 과부하로 자기 행동을 자각하지 못한다
레버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패닉
사고

아래 영상은 조작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잡으면 나아가고, 놓아야 멈춘다. 평소엔 문제없는 이 방식이 당황한 순간에는 가속으로 작동한다.

의료용 전동스쿠터 조작 방식 (현장 기록)
레버를 잡으면 이동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이 들어감
레버를 더 잡으면 가속패닉에 빠지면 더 세게 쥠
레버를 놓아야 정지당황하면 손을 펴기 어려움

"갑작스러운 일이니 주먹을 쥐게 되지, 주먹을 피게 안 된다고."

의성읍 도동3리 노인회장
3부 · 어르신의 발

전동스쿠터는 어르신의 하루를 이어주는 발이다. 시장에 가고, 약을 타고, 마을회관에 가고, 밭에 나간다. 사고가 한 번 나면 그 길을 다시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우리는 너무 쉽게 노인의 사고를 노인의 탓으로 끝냈다.

"걸어가려 하면 못 가고. 전동차 타믄 갈 수 있지. 시장에나 가고, 약 타러 갈 때도 한 번씩 가고."

김옥자 어르신

"그거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지. 꼼짝도 못해. 마트에도 하루 두세 번씩 가고, 장 봐가 짐도 싣고 오고, 볼일도 보고. 걸어가라 하면 못 가니까 타는 거지. 시간으로 보면 딸보다도 낫고 아들보다도 나아."

이순자 어르신
길을 나서는 어르신
오늘도 어르신은 이 길 위에서 레버를 쥔다

사고가 한 번 나면 다시 나갈 용기와 혼자 움직이던 일상까지 함께 흔들렸다.

"그 길 가면 만날 생각나요. '왜 그랬지' 그 생각이 자꾸 나. 사고가 한 번 나고 나니까 그 길이 그냥 길이 아니라, 그때 일이 자꾸 떠오르는 길이 되는 거야."

김태선 어르신

"사고가 해마다 는다고 그래. 아들도 겁을 줘서 중앙도로는 못 나가. 무조건 택시 타라 그래. 그러니까 전동차가 있어도 어디는 못 가게 되는 거지."

이순자 어르신
4부 · 해결을 위한 다섯 가지 시도

어르신을 더 조심시키는 대신, 조건을 바꾼다

RE:MOVE는 전동스쿠터에 붙일 안전장치를 직접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해 현장에서 시험했다. 기준은 셋이다. 실제로 사고를 막는가, 기존 기기에 붙일 수 있는가, 어르신에게 새 부담을 주지 않는가.

안전장치 현장 시험
직접 만든 안전장치를 의성 현장에서 시험했다
시도 01

안심손

끝까지 당긴 순간, 손이 알아차리게.

레버를 끝까지 당겼을 때 촉각 자극을 줘서 위험한 조작을 손이 먼저 느끼게 한다.

안심손 프로토타입
'안심손' 프로토타입
시도 02

스마트레버지킴이 1안

위험한 가속을 기계가 먼저 알아차리게.

레버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당겨지면 이를 감지해 가속을 차단하는 자동 제어 방식이다.

자동 제어 회로
가속 차단 자동 제어 회로 (아두이노 기반)
LG 연구원 "기술적으로는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제품에 넣으려면 단순 회로 추가가 아니라 제조사 설계·안전 로직·인증 절차가 함께 가야 한다."
별따러가자 김경목 대표 "위험한 순간에 더 가속되는 방식을 짚은 방향이 신선했다. 다만 ECU까지 건드리는 방식은 의료기기 개조와 신뢰성 문제로 긴 검증이 필요하다."
시도 03

스마트레버지킴이 2안

멈춰야 할 순간을 진동과 소리로.

급격한 입력이 감지되면 진동·소리로 곧장 경고하는 부착형 장치다.

부착형 경고 장치
조작부에 부착한 경고 장치 프로토타입
경희대 Age-Tech 연구소 "설계 방식은 논리적이다. 다만 오조작을 수치로 측정하고 정의하고, 솔루션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일 하나하나가 큰 연구다."
시도 04 · 프로토타입 검증

골든타임 레버 가드

사고 직전, 멈출 시간을 조금 더.

레버가 한 번에 끝까지 당겨지는 속도를 늦춰, 사고 직전 반응할 시간을 만든다. 프로토타입 실험에서 오조작 지점부터 위험 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쟀다.

가드 없음
5.77초
가드 부착
6.66초
0.89
위험 지점까지 도달 시간 +0.89초 — 약 15.4% 더 확보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는 짧은 순간에 레버가 끝까지 당겨지며 발생한다. 1초에 가까운 시간이 더 생긴다는 것은, 손을 놓거나 주변 사람이 제지할 수 있는 사고 직전의 완충 시간이 된다.

골든타임 가드 1차골든타임 가드 2차
골든타임 레버 가드 1차·2차 프로토타입
"확 잡아도 바로 훅 나가는 느낌이 덜해서 마음이 좀 놓이더라. 오래 쓰려면 단단하게 고정돼야 되겠다." — 의성읍 김OO 어르신
시도 05

가위손 기법

네 손가락의 힘을 두 손가락의 균형으로.

레버를 강하게 움켜쥐는 습관을 줄이고 급격한 당김을 완화하는 현장형 교육이다.

가위손 잡기 전가위손 잡은 후
가위손 기법 — 잡기 전(왼쪽)과 잡은 후(오른쪽)
경희대 Age-Tech 연구소 "어르신마다 손 기능이 달라서, 바로 권하기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관찰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먼저다."
사고를 줄이는 일은 어르신을 더 조심시키는 일이 아니라, 위험한 순간을 함께 넘길 방법을 만드는 일이다.
5부 · 실수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

어린이의 위험에는 사회가 먼저 달려간다. 넘어질까 봐 손을 잡고, 부딪힐까 봐 모서리를 감싸고, 길을 잃을까 봐 표지판을 세운다. 노인의 이동에는 그만큼의 관심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한 팀의 아이디어로 끝낼 수 없다. 제조사·지자체·복지기관·전문가가 함께하면 전동스쿠터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함께 바꿀 수 있는 안전 문제가 된다.

의성의 전동스쿠터들
의성 곳곳의 전동스쿠터. 이 문제는 여럿이 함께 푼다.

함께 바꿀 수 있습니다

timehor@naver.com
제조사 협력오조작 방지 기능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확인
지자체·복지기관생활 동선 기반 복지관·마을회관·지역 안전사업 연계
실증 테스트가위손 기법·골든타임 가드의 실사용 검증
연구 보고서현장조사 데이터·솔루션 검토 내용 전송

RE:MOVE는 SK 행복나눔재단 「Sunny Scholar in 의성」으로 만나,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문제를 연구해온 대학생 연구팀입니다. 의성에서 두 달간 거주하며 현장관찰과 당사자 인터뷰 49회, 이해관계자 인터뷰 22회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