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할머니는 늘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논 가장자리에 전동스쿠터를 세우려 했고, 머리로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손은 레버를 놓지 못했다.
"세우려면 놔야 되는데, 그걸 꽉 쥐어버린 거야. 그러니까 전동차가 멈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가버렸어. 그대로 논에 빠졌지. 자전거는 잡으면 서잖아. 근데 이건 잡으면 막 가니까."

할머니는 사고 직후에도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밥도 먹고 마을회관에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너무 아파,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그때는 그렇게 크게 다친 줄도 몰랐어. 논에 빠진 거 다시 일으켜서, 그거 타고 집에도 갔어. 근데 있다 보니까 몸이 너무 아픈 거야. 병원에 갔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고. 갈비뼈도 그렇고 발가락도 그렇고. 병원에서 왜 이제 왔냐고 혼났어. 큰 병원 가야 된다고 119 불러줘서 응급차 타고 안동 큰 병원까지 갔지."
"전동차가 불편한 게 뭐냐고 물으면, 나는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나. 자전거는 잡으면 멈추는데, 전동차는 잡으면 막 가. 머리로는 멈춰야 한다고 아는데, 손이 먼저 꽉 쥐어져."
"조작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동차를 늦게 발견하거나 못 보는 경우도 많아요."
"당황하거나 놀라시면 손을 안 놓으셔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그 반응을 멈춤이 아니라 가속으로 받아들인다. 이 기기는 본래 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기다. 적은 힘으로 레버를 잡고 놓으며 운전하고, 놓으면 바로 멈춘다. 평소엔 편하고 안전하다. 당황하거나 놀라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에만 위험해진다.
의료기기 판매점에서 들은 한마디가 첫 단서였다. "레버를 놔야 멈추는데, 어르신들께서 놀라거나 당황하면 계속 잡고 있어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요." 연달아 찾아간 세 곳에서 모두 같은 답을 들었다. 그래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먼저 무엇을 '오조작'이라 부를지부터 정했다.
| 오조작 | 멈춰야 하는 순간에 가속(전진) 레버를 계속 쥐고 있는 것 |
| 오조작 사고 | 오조작으로 일어난 사고 |
| 조사 지역 | 의성군 의성읍·안계면·금성면·가음면·춘산면·봉양면·사곡면 |
|---|---|
| 기간 | 2025. 7. 21 — 8. 8 |
| 당사자 인터뷰 | 전동스쿠터 이용 어르신 49명 |
| 이해관계자 | 의료기기점·경찰·지구대·119·버스/택시 기사·구난차 업체·연습장 |

의성에서 만난 49명에게서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아래 사람 그림은 어르신 한 명을 뜻한다. 카드를 누르면 단계가 넘어간다.
49명 중 22명이 이미 사고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중 12명의 사고 원인이 오조작이었다. 사고는 뉴스 속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 어르신의 생활 안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오조작 경험 16건 중 12건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 골절 같은 심각한 부상도 있었다. 멈춰야 할 순간에 멈추지 못하는 것이 사고 직전 되풀이되는 위험 신호였다.
사고는 70대 이상의, 면에 거주하는, 다른 이동수단을 운전해본 적 없는 여성들에게 모였다.
집 앞, 시장, 농로. 가장 익숙한 곳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되었다.
"장에 사람이 많으니까 정신머리가 하나도 없어가 멈춘다카는걸 그냥 꽉 쥐아삣어. 그래가꼬 좌판 다 밀어삣다."
"집에 다 와가 세울라다가 꽉 잡아삐는 바람에.. 냅다 들이박아삐서 앞이 좀 뿌사짓어."
"내는 시골 살아가 맨날 농로로 댕기지. 근데 농로라 좁아. 정신머리 놓고 있다가 냅다 들이박아삣다."
"논두렁 가에 세울라캤는데 그냥 꽉 쥐어가꼬 논에 팍 빠져삣어. 왜 그랬는가 몰라.."
"여 집 앞 삽작거리에서 뭐 갑작시레 깜짝 놀라가꼬 헷갈리가꼬 놔야 되는데 꽉 쥐아삣어."
아래 영상은 조작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잡으면 나아가고, 놓아야 멈춘다. 평소엔 문제없는 이 방식이 당황한 순간에는 가속으로 작동한다.
| 레버를 잡으면 이동 |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이 들어감 |
| 레버를 더 잡으면 가속 | 패닉에 빠지면 더 세게 쥠 |
| 레버를 놓아야 정지 | 당황하면 손을 펴기 어려움 |
"갑작스러운 일이니 주먹을 쥐게 되지, 주먹을 피게 안 된다고."
전동스쿠터는 어르신의 하루를 이어주는 발이다. 시장에 가고, 약을 타고, 마을회관에 가고, 밭에 나간다. 사고가 한 번 나면 그 길을 다시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걸어가려 하면 못 가고. 전동차 타믄 갈 수 있지. 시장에나 가고, 약 타러 갈 때도 한 번씩 가고."
"그거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지. 꼼짝도 못해. 마트에도 하루 두세 번씩 가고, 장 봐가 짐도 싣고 오고, 볼일도 보고. 걸어가라 하면 못 가니까 타는 거지. 시간으로 보면 딸보다도 낫고 아들보다도 나아."

사고가 한 번 나면 다시 나갈 용기와 혼자 움직이던 일상까지 함께 흔들렸다.
"그 길 가면 만날 생각나요. '왜 그랬지' 그 생각이 자꾸 나. 사고가 한 번 나고 나니까 그 길이 그냥 길이 아니라, 그때 일이 자꾸 떠오르는 길이 되는 거야."
"사고가 해마다 는다고 그래. 아들도 겁을 줘서 중앙도로는 못 나가. 무조건 택시 타라 그래. 그러니까 전동차가 있어도 어디는 못 가게 되는 거지."
RE:MOVE는 전동스쿠터에 붙일 안전장치를 직접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해 현장에서 시험했다. 기준은 셋이다. 실제로 사고를 막는가, 기존 기기에 붙일 수 있는가, 어르신에게 새 부담을 주지 않는가.

끝까지 당긴 순간, 손이 알아차리게.
레버를 끝까지 당겼을 때 촉각 자극을 줘서 위험한 조작을 손이 먼저 느끼게 한다.

위험한 가속을 기계가 먼저 알아차리게.
레버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당겨지면 이를 감지해 가속을 차단하는 자동 제어 방식이다.

멈춰야 할 순간을 진동과 소리로.
급격한 입력이 감지되면 진동·소리로 곧장 경고하는 부착형 장치다.

사고 직전, 멈출 시간을 조금 더.
레버가 한 번에 끝까지 당겨지는 속도를 늦춰, 사고 직전 반응할 시간을 만든다. 프로토타입 실험에서 오조작 지점부터 위험 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쟀다.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는 짧은 순간에 레버가 끝까지 당겨지며 발생한다. 1초에 가까운 시간이 더 생긴다는 것은, 손을 놓거나 주변 사람이 제지할 수 있는 사고 직전의 완충 시간이 된다.


네 손가락의 힘을 두 손가락의 균형으로.
레버를 강하게 움켜쥐는 습관을 줄이고 급격한 당김을 완화하는 현장형 교육이다.


어린이의 위험에는 사회가 먼저 달려간다. 넘어질까 봐 손을 잡고, 부딪힐까 봐 모서리를 감싸고, 길을 잃을까 봐 표지판을 세운다. 노인의 이동에는 그만큼의 관심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한 팀의 아이디어로 끝낼 수 없다. 제조사·지자체·복지기관·전문가가 함께하면 전동스쿠터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함께 바꿀 수 있는 안전 문제가 된다.

RE:MOVE는 SK 행복나눔재단 「Sunny Scholar in 의성」으로 만나,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문제를 연구해온 대학생 연구팀입니다. 의성에서 두 달간 거주하며 현장관찰과 당사자 인터뷰 49회, 이해관계자 인터뷰 22회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