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도착하면 할머니는 실버카를 나무 그늘 아래 세워둔다.
그리고 맨몸으로 버스에 오른다. 계단 단차 30cm, 두세 칸.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오르는 동안, 8kg짜리 실버카는 정류장에 남는다. 늘 곁에 있던 두 다리가, 읍내로 가는 길목에서 멈춘다.

"버스에 이걸 어떻게 가지고 타노. 계단도 높고, 접어도 무겁고. 그냥 여기 세워놓고 타는 기라."
"힘들어서 여기서 쉬었다 가야해. 지팡이 들면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
—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
의구심은 5개월 동안 경북 의성군에서 노인 이동권을 연구했다. 54개 마을을 다니며 어르신 164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면 단위 어르신에게 실버카는 단순한 보행보조기구가 아니었다. 시장에 가고, 약을 타고, 짐을 싣고 오는 하루를 지탱하는 발이었다.
"이거 없으면 이동 못하지."
"여기 사람들은 다 이거(실버카) 써."
"할매들은 다 저거 끌고 다니지."

의구심이 면담한 80명 중 46명이 실버카를 사용하고 있었다. 평균 농사 경력은 61.4년. 대부분 허리·무릎·관절 질환을 안고 있었다. 실버카는 통증을 덜어주는 동시에, 외출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이동 수단이었다.

실버카는 평균 8kg이다. 농어촌버스에 타려면 평균 30cm 내외의 계단을 두세 칸 오르내려야 한다. 8kg을 들고 그 계단을 오르는 동작은 젊은 사람에게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르신은 실버카를 정류장에 두고 버스에 오른다.
면 안에서의 이동(마을회관·이웃집)은 짧다. 하지만 병원·시장·미용실이 모여 있는 읍내는 동선이 넓다. 가장 많이 걸어야 하는 읍내에서, 정작 실버카를 쓸 수 없다. 장날 기준, 이 공백은 평균 약 75분에 이른다.

실버카 이용자의 90% 이상이 농어촌버스를 탈 때 실버카를 싣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거운 실버카를 들고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어려워서.

의성 같은 농어촌은 고상버스가 대부분이고, 일부 구간은 도로 사정상 저상버스를 물리적으로 운행하기 어렵다. 노선이 코스제로 묶여 있어 일부만 저상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저상버스는 계단을 없앤 버스이지, 실버카를 실을 수 있는 버스가 아니다. 바닥이 낮아져도, 접힌 실버카를 들어 올릴 힘이 없는 어르신에게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현장 자료 [표6] 의성군 농어촌버스 저상버스 운행불가 노선 목록 · [표7] 차종별 계단 높이 — 운영 파트너에게 필드리서치 원자료로 공유합니다.
| 실버카 | 지팡이 |
|---|---|
| 네 바퀴로 체중을 분산 | 한쪽으로 체중이 집중됨 |
| 걸음이 안정되고 속도도 비슷 | 보폭이 좁아지고 중심이 흔들림 |
| 짐을 싣고, 앉아 쉴 수도 있음 | 짐을 들 수 없고 쉴 곳도 없음 |
동행 관찰에서 차이는 분명했다. 실버카를 쓸 때는 걸음이 안정되고 평소와 속도가 비슷했고, 중간에 앉아 쉴 수도 있었다. 지팡이를 들면 보폭이 좁아지고 중심이 흔들렸다. 약 7분 거리에 불과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통증을 호소하는 분도 있었다.
"실버카 있으면 훨씬 편하지."
구르미는 버스로 면에서 읍으로 이동한 뒤 실버카를 쓸 수 없는 '공백구간'을 메우는 서비스다. 읍내 버스 정류장 옆 대여소에서 누구나 빌려 쓰고, 돌아갈 때 반납한다. 읍내에 내린 그 순간부터, 다시 두 다리가 생긴다.

구르미는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계했다. 스마트폰 앱을 깔거나 QR을 찍을 필요가 없다. 대여소에 들러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으면 바로 빌릴 수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그 자리에서 곧장 쓸 수 있게, 진입 문턱을 최대한 낮췄다.

| 운영 장소 | 의성군 남부 농협 앞 버스 정류장 |
|---|---|
| 운영 일정 | 9/27(오일장)·10/2(오일장), 각 07:30~14:00 (6.5시간) |
| 대여 방식 | 이름·전화번호 작성 후 무료 대여 (앱·QR 불필요) |
| 실버카 수량 | 5대 |
"마을에다 막 자랑쳤다."
"지팡이로 장 볼 때보다 훨씬 편해~"
"몸도 덜 아프고 짐 들기도 좋제."
"원래 사려던 것보다 훨씬 많이 샀어."
"원래 같았으면 지금 버스를 못 타지."

짐을 실을 수 있으니 더 많이 사고, 걸음이 빨라지니 버스를 놓치지 않는다. 어르신의 하루가 다시 어르신의 것이 된다.
시범운영으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지역이든 곧장 시작할 수 있는 운영 기준을 정리했다. 큰 설비도, 복잡한 시스템도 필요 없다. 정류장 옆 자리 하나, 관리 인력 한두 명, 실버카 다섯 대면 시작할 수 있다.
| 이용 대상 | 보행보조기구(실버카)를 쓰는 어르신 |
|---|---|
| 운영 일자 | 장날 |
| 운영 장소 | 읍내 주요 버스 정류장 인근(오일장 인근) |
| 운영 시간 | 07~15시 |
| 대여 비용 | 무료 |
| 대여 절차 | 대여소 방문 후 이름·전화번호 작성 |
| 관리 인력 | 1~2인 |
| 초기 최소 실버카 | 5대 |
의성군을 기준으로 잡아본 연간 예상 이용 인원이다. 대여소 한 곳, 실버카 다섯 대, 하루 여덟 시간 운영을 가정했다.
대여소 한 곳이 한 해에 1,440명의 어르신에게 다시 두 다리를 빌려준다.
구르미는 한 팀의 시범운영으로 끝낼 서비스가 아니다. 지역에 뿌리내려 계속 굴러가야 한다. 그래서 운영을 맡아줄 파트너를 찾는다.

가볍게 물어보셔도 좋고, 바로 운영을 이야기하셔도 좋습니다. 모든 문의는 한곳으로 받습니다.
그 따뜻한 걱정이, 정류장에 실버카를 두고 떠나는 어르신의 75분에도 닿기를.
구르미는 그 75분을 메울 한 사람을 기다립니다.